몸은 산소가 부족한지를 효소 하나로 잽니다. 그 효소를 약으로 멈추면, 몸은 산이라도 올라간 줄 압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숨이 찹니다. 그런데 며칠 머물면 몸이 적응해요.
적혈구가 늘고, 혈관이 새로 자라고, 세포가 산소를 덜 쓰는 쪽으로 대사를 바꿉니다.
이 적응을 지휘하는 것이 HIF 라는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 HIF 는 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산소가 충분할 때도 계속 만들어져요. 다만 만들어지는 족족 부서집니다.
부수라고 표시를 붙이는 것이 오늘의 표적, PHD 입니다.
PHD 는 산소 자체를 재료로 쓰는 효소입니다. 그러니까 이 효소의 활성이
곧 산소 농도계예요. 몸이 산소를 재는 방식이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밝힌 세 사람이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약을 먹으면 산소를 낮추지 않고도 HIF 곡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스위치를 빌린다' 는 말의 뜻이에요.
이 논리는 이미 팔리는 약이 되어 있습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빈혈에 쓰는 PHD 억제제들이 여러 나라에서 허가됐어요.
콩팥이 나빠지면 적혈구를 만들라는 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을 못 만듭니다.
그래서 빈혈이 오는데, 예전에는 그 호르몬을 주사로 넣었습니다.
PHD 억제제는 대신 몸이 스스로 그 호르몬을 만들게 합니다. 알약으로요.
그런데 파이프라인 원문에는 병이 하나 더 적혀 있습니다.
Proline Hydroxylase (PHD) Inhibitors: Treatment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and Chronic Kidney Disease
한 표적이 두 병에 쓰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고 위험이기도 합니다.
같은 스위치가 몸 여기저기서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같이 켜지는 것
HIF 는 혈관을 새로 자라게 하는 유전자도 켭니다.
종양이 있다면 그 종양에도 좋은 소식이에요. 그래서 이 계열 약은
암과 관련한 안전성이 늘 따라다닙니다.
4강의 표를 떠올려 보세요. ② 논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회로" 를 씁니다.
환자를 고를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인데, 그 대가로 정상 조직도 함께 반응합니다.
🤔 확인 문제
PHD 억제제를 먹으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해설 HIF 는 원래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PHD 가 그것을 계속 부수고 있을 뿐이에요. PHD 를 막으면 HIF 가 부서지지 않고 쌓여서, 산소가 충분한데도 저산소 적응 반응이 켜집니다.
🤔 확인 문제
'② 이미 있는 스위치' 논리의 대표적 단점은?
해설 누구에게나 있는 회로를 쓰니 환자 선별은 필요 없지만, 그 회로가 몸 다른 곳에서 하던 일도 같이 바뀝니다. HIF 의 경우 혈관 생성이 함께 켜지는 것이 대표적인 걱정거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