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 20강

PHD — 몸이 이미 가진 산소 스위치를 빌린다

Kaelin·Ratcliffe·Semenza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 · 파이프라인 원문 “Proline Hydroxylase (PHD) Inhibitors: … IBD and Chronic Kidney Disease”

PHD — 몸이 이미 가진 산소 스위치를 빌린다
몸은 산소가 부족한지를 효소 하나로 잽니다. 그 효소를 약으로 멈추면, 몸은 산이라도 올라간 줄 압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숨이 찹니다. 그런데 며칠 머물면 몸이 적응해요. 적혈구가 늘고, 혈관이 새로 자라고, 세포가 산소를 덜 쓰는 쪽으로 대사를 바꿉니다.

이 적응을 지휘하는 것이 HIF 라는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 HIF 는 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산소가 충분할 때도 계속 만들어져요. 다만 만들어지는 족족 부서집니다.

부수라고 표시를 붙이는 것이 오늘의 표적, PHD 입니다.

🫁
산소가 충분할 때
PHD 가 산소를 써서 HIF 에 표시를 붙입니다. 표시가 붙은 HIF 는 곧바로 분해돼요. 적응 반응은 꺼져 있습니다.
⛰️
산소가 모자랄 때
PHD 는 산소가 있어야 일합니다. 산소가 없으면 표시를 못 붙여요. HIF 가 살아남아 쌓이고, 적응 유전자들이 켜집니다.
💊
PHD 억제제를 먹으면
산소는 충분한데 PHD 가 멈춥니다. 몸은 산에 올라온 줄 압니다. 적혈구를 만들라는 명령이 켜져요.

PHD 는 산소 자체를 재료로 쓰는 효소입니다. 그러니까 이 효소의 활성이 곧 산소 농도계예요. 몸이 산소를 재는 방식이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밝힌 세 사람이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약을 먹으면 산소를 낮추지 않고도 HIF 곡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스위치를 빌린다' 는 말의 뜻이에요.
Python 브라우저에서 실행
산소 농도와 약 용량을 각각 돌려 보세요. 같은 HIF 수준을 산으로 올라가서 만들 수도, 약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불러오는 중…

이 논리는 이미 팔리는 약이 되어 있습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빈혈에 쓰는 PHD 억제제들이 여러 나라에서 허가됐어요.

콩팥이 나빠지면 적혈구를 만들라는 호르몬(에리스로포이에틴)을 못 만듭니다. 그래서 빈혈이 오는데, 예전에는 그 호르몬을 주사로 넣었습니다. PHD 억제제는 대신 몸이 스스로 그 호르몬을 만들게 합니다. 알약으로요.

그런데 파이프라인 원문에는 병이 하나 더 적혀 있습니다.

Proline Hydroxylase (PHD) Inhibitors: Treatment of 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and Chronic Kidney Disease

한 표적이 두 병에 쓰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도 하고 위험이기도 합니다. 같은 스위치가 몸 여기저기서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노리는 효과
적혈구 생성 · 장벽 강화
같이 켜지는 것
HIF 는 혈관을 새로 자라게 하는 유전자도 켭니다. 종양이 있다면 그 종양에도 좋은 소식이에요. 그래서 이 계열 약은 암과 관련한 안전성이 늘 따라다닙니다.

4강의 표를 떠올려 보세요. ② 논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회로" 를 씁니다. 환자를 고를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인데, 그 대가로 정상 조직도 함께 반응합니다.

🤔 확인 문제
PHD 억제제를 먹으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 확인 문제
'② 이미 있는 스위치' 논리의 대표적 단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