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자료를 만드는 대신, 이미 만들어져 쌓인 자료를 꺼내 씁니다.
새 약의 표적을 찾으려면 병든 조직과 성한 조직을 견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환자에게서 조직을 얻고, RNA 를 뽑고, 기계에 걸어야 해요.
사람 폐조직 백 개를 그렇게 모으는 데 몇 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미 그 일을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학술지 대부분이 이런 규칙을 둡니다 — "원자료를 공개 저장소에 올리지 않으면
논문을 싣지 않는다." 그 저장소 중 가장 큰 것이 미국 NCBI 의
GEO(Gene Expression Omnibus) 입니다.
이미 있는 자료로 표적을 고를 수 있는가?
2026년 3분기 기준으로 GEO 에 쌓여 있는 것은 이렇습니다.
표본이 870만 개입니다. 한 사람이 평생 만들 수 있는 표본이 수천 개라면,
GEO 는 실험실 수천 곳의 평생을 모아 둔 셈이에요.
이 강의는 그 일을 작게, 그러나 진짜로 해 봅니다.
폐가 굳어 가는 병이 있습니다.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
'특발성'은 원인을 모른다는 뜻이에요. 폐포 사이에 흉터 조직이 쌓여 숨을 못 쉬게 됩니다.
진단받고 나서 중앙값으로 3~5년입니다.
GEO 에서 IPF 폐조직을 잰 시리즈 넷을 골랐습니다. 넷 다 실제 공개 자료예요.
| 등록번호 | 플랫폼 | IPF | 정상 | 발표 |
GSE24206 | Affymetrix HG-U133 Plus 2.0 | 17 | 6 | 2010 |
GSE10667 | Agilent 4x44K | 23 | 15 | 2009 |
GSE110147 | Affymetrix Human Gene 1.0 ST | 22 | 11 | 2018 |
GSE53845 | Agilent 4x44K (2색) | 40 | 8 | 2014 |
| 합계 | 102 | 40 | — |
환자 102명. 혼자 모으려면 십 년이 걸렸을 숫자입니다.
우리는 오후 한나절에 내려받았어요.
네 시리즈를 표로. 이 숫자가 20강 내내 따라다닙니다.
표본 142개. 그런데 정상이 40개뿐이라는 데 눈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상 조직은 구하기 어렵거든요. 건강한 사람의 폐를 떼어 낼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다른 데서 정상을 구합니다. 이식용으로 기증됐지만 쓰이지
못한 폐, 폐암 수술에서 잘라 낸 조각의 성한 가장자리, 부검 조직….
넷 중 한 시리즈의 '정상'이 무엇이었는지는 16강에서 봅니다.
그 한 줄이 결과를 어디까지 흔드는지도요.
🤔 확인 문제
GEO 에 쌓인 표본(GSM)이 870만 개인데도 IPF 폐조직 정상 대조가 40개뿐인 가장 큰 이유는?
해설 저장소의 크기와 내가 필요한 자료의 크기는 다릅니다. 870만 표본 중 사람 폐조직이면서 IPF 여부가 적혀 있는 것은 수백 개뿐이고, 그중 정상은 더 적습니다. 대조군이 귀한 것은 저장소 탓이 아니라 의학의 사정입니다.
🤔 확인 문제
인실리코메디신이 ALS 표적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해설 환자 237명 · 대조 91명, 합쳐서 328개의 중추신경계 표본을 공개 자료에서 모았습니다. 초파리 실험은 후보를 좁힌 다음에 왔어요. 순서가 뒤집힌 것이 요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