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ER — 부하들을 보고 상사의 활동을 읽는다
아라크네 다음에 오는 것
사령관이 보이지 않아도 부대가 움직이는 모양으로 그가 명령을 내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라크네를 왜 돌렸는지 이제 말할 차례입니다. 그물 자체가 목적인 경우는 드물어요.
대부분은 다음 단계의 재료로 씁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다음 단계가 VIPER 입니다.
VIPER = Virtual Inference of Protein activity by Enriched Regulon analysis
regulon 을 써서 단백질의 활동량을 추정한다
왜 필요한가 — 발현량은 활동량이 아니다
"어떤 전사인자가 활발한지 알고 싶으면 그 유전자의 발현량을 보면 되지 않나?"
안타깝게도 안 됩니다. 이유가 여럿이에요.
발현량 (mRNA) 을 보면
단백질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만들어졌어도 인산화되어야 일하는 것이 많다.
핵에 들어갔는지, 짝 단백질을 만났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전사인자는 대개 발현량 변화가 작습니다.
부하들을 보면
상사가 일했다면 부하 50명이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50개의 작은 변화를 모으면 신호가 √50 배쯤 또렷해집니다.
그가 실제로 명령을 내렸는지를 직접 재는 셈입니다.
이것이 VIPER 의 발상입니다. 보이지 않는 지휘관을, 부대의 움직임으로 읽는다.
DDX54 를 껐더니 그 부하와, 부하의 부하까지 줄줄이 내려갔습니다.
NES — 부대가 얼마나 한 방향으로 움직였나
이제 regulon 하나를 놓고 묻습니다. "이 부대의 표적들이 한 방향으로 몰려 움직였나?"
NES = Σ wᵢ · modeᵢ · zᵢ / √( Σ wᵢ² )
z — 그 표적이 얼마나 움직였나 (시그니처)
mode — 켜는 표적이면 +1, 끄는 표적이면 −1.
끄는 표적이 내려갔다면 상사가 활발해졌다는 뜻이니 부호를 뒤집어야 합니다.
w — 그 표적을 얼마나 믿나 (MI 로 정한 무게)
√(Σw²) 로 나누기 — 표적 수가 많다고 무조건 커지지 않게 하는 정규화입니다.
표적 50개짜리 regulon 과 10개짜리 regulon 을 같은 자로 비교하려면 필요합니다.
표적들이 제각각으로 움직이면 덧셈에서 서로 지워져 NES 가 0 근처가 됩니다.
한 방향으로 몰릴 때만 커져요.
MYC 가 −11.4 로 가장 크게 내려갔습니다. DDX54 를 껐을 뿐인데요.
🎮 부대의 움직임을 직접 보기
전사인자를 고르면 그 부대 표적들이 각각 얼마나 움직였는지 막대로 보여 줍니다.
한 방향으로 몰렸는지를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이것이 regulon 을 모아서 보는 힘입니다. 개별 유전자 하나로는 절대 안 보이는 신호가 드러납니다.
🤔 확인 문제
VIPER 가 전사인자의 발현량 대신 표적들의 움직임을 보는 이유가 아닌 것은?
해설 전사인자의 mRNA 발현량은 얼마든지 측정됩니다. 문제는 그 값이 실제 활동량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번역 · 인산화 · 핵 이동 · 짝 단백질 같은 단계가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요.
🤔 확인 문제
NES 식에서 √(Σw²) 로 나누는 이유는?
해설 나누지 않으면 표적 500개짜리 regulon 이 무조건 큰 값을 갖습니다. √(Σw²) 로 나누면 표적당 평균적인 쏠림을 재게 되어 크기가 다른 regulon 을 같은 자로 견줄 수 있습니다.
🤔 확인 문제
어떤 regulon 의 표적 30개가 모두 크게 움직였는데 NES 는 0.3 이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해설 VIPER 가 재는 것은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한목소리입니다. 절반은 오르고 절반은 내렸다면 상사가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 그저 그 유전자들이 시끄러웠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