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현 자료만 보고 어느 유전자가 어느 유전자를 부리는지 그물을 그려 내는 것 — 아라크네가 하는 일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아라크네라는 이름의 베 짜는 사람이 나옵니다.
솜씨가 하도 좋아 여신에게 도전했다가 벌을 받아 거미가 되었고,
그 뒤로 영원히 그물을 짜게 되었다는 이야기죠.
영어로 거미를 다루는 학문을 arachnology 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왔습니다.
2006년,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진이 알고리즘 하나에 그 이름을 붙였습니다.
ARACNe = Algorithm for the Reconstruction of Accurate Cellular Networks
정확한 세포 네트워크를 되짚어 세우는 알고리즘
이름을 잘 골랐습니다. 이 알고리즘이 하는 일이 정확히 거미줄 짜기거든요.
다만 방향이 반대입니다 — 아라크네는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짜여 있는 그물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되찾아 냅니다.
세포 안에는 명령 계통이 있다
세포 안의 유전자들은 각자 따로 노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를 켜고 끄는 일을 합니다. 그런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단백질을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TF) 라고 불러요. 회사로 치면 부서장입니다.
🧑✈️
전사인자 TF
다른 유전자를 켜고 끄는 유전자 — 명령을 내리는 쪽
👷
표적 target
그 명령을 받는 유전자 — 일을 하는 쪽
🕸️
regulon
한 전사인자가 거느린 표적 전체 — 그 사람의 부대
문제는 이 명령 계통이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조직도가 붙어 있지 않아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결과뿐입니다 — 지금 어느 유전자가 얼마나 켜져 있는가.
아라크네의 발상은 이렇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 핵심입니다. 그것 하나가 아라크네를 단순한 상관관계 분석과 다른 것으로 만듭니다.
9~11강에서 이 문장의 뜻을 뜯어볼 거예요.
왜 굳이 자료에서 되찾아야 하나
"이미 실험으로 밝혀진 조절 관계를 데이터베이스에서 받아 쓰면 되지 않나?" 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안 되는 이유가 셋 있습니다.
① 조직마다 다르다
같은 전사인자라도 간에서 부리는 유전자와 폐암세포에서 부리는 유전자가 다릅니다.
"일반적인 조절 관계"라는 것은 없습니다.
② 덮인 곳이 좁다
실험으로 하나씩 확인한 관계는 사람 유전자 2만 개에 비하면 아주 일부입니다.
특히 암세포에서만 생기는 연결은 거의 안 적혀 있습니다.
③ 자료는 이미 있다
TCGA 같은 공개 자료에는 환자 수백~수천 명의 발현 표가 이미 쌓여 있습니다.
그 안에 조직도가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쌍의 수는 유전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8강에서 이 숫자를 다시 만납니다.
Python브라우저에서 실행
load_expr 는 gzip 으로 눌러 둔 표를 numpy 배열로 풀어 줍니다. 2강에서 이 표를 자세히 봅니다.
Python브라우저에서 실행
🎮 우리가 되찾을 그물 미리 보기
아래는 정답 네트워크입니다 — 이 강의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죠.
전사인자 6명이 각자 부하를 거느리고 있고, 그중 DDX54 는 다른 전사인자
둘(MYC · STAT3)까지 부리는 윗선입니다. 마디를 눌러 보세요.
정답 네트워크 — 20강 동안 이것을 자료만 보고 되찾습니다
불러오는 중…
지금은 결과만 보세요. 이 한 줄 안에 들어 있는 것을 20강에 걸쳐 하나씩 만듭니다.
Python브라우저에서 실행
앞으로 가는 길
1–4강 재료와 문제5–8강 상호정보량으로 재기9–12강 진짜 간선 고르기13–16강 네트워크 읽기17–20강 실전과 판정
다음 강에서는 재료를 봅니다 — 아라크네가 먹는 것은 결국 표 한 장뿐입니다.
🤔 확인 문제
ARACNe 라는 이름에서 'Ne' 는 무엇의 약자일까요?
해설 Algorithm for the Reconstruction of Accurate Cellular Networks. '되짚어 세운다(reconstruction)'가 핵심입니다 — 없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세포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그물을 자료에서 되찾는 것입니다.
🤔 확인 문제
아라크네가 유전자 2만 개짜리 자료에서도 쌍을 2억 개나 재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해설 아라크네는 전사인자 → 표적 방향의 관계만 그립니다. 그래서 적어도 한쪽이 전사인자인 쌍만 후보가 됩니다. 사람 전사인자가 약 1,600개이므로 2억 쌍이 3천만 쌍 정도로 줄어듭니다. 우리 자료에서는 1,225 → 279 로 줄었죠.
🤔 확인 문제
아라크네의 핵심 아이디어 두 문장 중, 아라크네를 단순 상관관계 분석과 다르게 만드는 것은?
해설 같이 움직이는 쌍을 찾는 것까지는 상관계수도 합니다. 아라크네의 특징은 그다음 — A→B→C 때문에 생긴 A–C 의 가짜 관계를 데이터 처리 부등식(DPI)으로 지워 내는 단계입니다. 10강에서 직접 짭니다.